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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 의대생 Student Dr. Hedgehog 님
    유학 2020. 5. 8. 10:57
     
     
    열세 번째 인터뷰에서는 미국 피닉스에 살고 계신 Student Dr. Hedgehog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Student Dr. Hedgehog 님은 관심 주제를 물어보는 사전 인터뷰 질문에 이렇게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미국에는 정해진 길이 없는 것 같아요. 넓은 들판에서 허우적거리며 헤매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워낙 자유로워서 뭐든 해보고 원하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서 나아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경험에서 나온 듯한 말씀에 자연스레 그 배경이 궁금해졌는데요. 
     
    그렇게 인생의 길을 화두로 한 인터뷰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 위치에 이르게 되었는지, 미국땅을 처음 밟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환자를 위한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계신 오늘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__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tudent Dr. Hedgehog입니다. 현재 결혼 생활을 하면서 미국 의과대학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__시애틀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민을 온 케이스인데요. 어릴 때라 별 특별한 심정은 없었어요.
    그냥… 왜 월요일 아침마다 운동장에 줄 서서 교감 선생님 훈화를 듣는 시간 있잖아요. 이해도 못 하는 이야기를 오래 듣고 있어야 하는 그 시간이 정말, 정말 싫었거든요. 흙바닥에 앉아서 시간 낭비하는 걸 도통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근데 (미국에 가면) 다신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해방된 기분이 들고 좋았었어요.
     
    __시애틀에서 보낸 청소년기는 어떠셨나요?
    어려운 가정 사정 때문에 시애틀에 계시는 이모와 이모부 밑에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아무래도 친부모님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에 조금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청소년기 때는 주변에 있는 한인 2세들과 어울려 지냈는데, 늘 무언가가 허전한 부분이 있었고요. 초,중,고,대학교까지 시애틀에서 공부했습니다. 
     
    __현재 피닉스에 살고 계세요. 피닉스 생활은 어떠신가요? 
    피닉스는 원래 은퇴 도시였어요. 그런데 요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등 IT 기업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들의 땅값이 많이 비싸지면서 기업들이 피닉스로 많이 넘어 오고 있어요. 
    피닉스는 사막이다 보니 여름에는 무척 뜨겁지만, 겨울엔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공기가 습하지 않고 엄청나게 건조해서, 여름에 찌는 더위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견딜 만 해요. 하지만 여름엔 밖에 걸어 다니는 분들이 없습니다. 천둥 번개도 웅장해서 멋있고요.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의 장엄함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__한인 1.5세대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시기가 있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당시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는지 궁금합니다.
    1세대 분들은 한국 정서가 가득하고, 미국 문화를 모르는 분들은 제가 처한 상황이나 제가 미국에서 느꼈던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반대로 2세대 분들은 미국 정서가 가득하고, 한국 문화를 모르는 분들은 저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셨고요. 저도 미국에서 생활하는 한인이지만, 둘 중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해왔습니다. 겉으로는 카멜레온같이 1세대, 2세대 분들 모두와 어울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에선 너무나도 큰 차이들이 있었어요. 1.5세들은 1.5세들끼리 마음과 문화가 맞는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1.5세분들과는 재한미과학기술협회에서 활동하며 친분을 쌓아 마음을 다스리게 된 것 같아요.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__어떤 계기로 의사의 꿈을 가지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병원 경영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서 엔지니어 쪽으로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부 때 생리학 전공과 화학 부전공을 하면서 재한미과학기술협회라는 단체에서 많은 활동을 했고, 졸업 후 운 좋게 하버드 대학에서 아주 특별하고 최첨단인 의료학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중개(Translation)연구로, 벤치(Bench work, 실험실)에서 임상(Clinical)연구로 넘어가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그때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기술이 기술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 의사의 직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의사가 되면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병원 경영, 연구, 환자 돌보기, 교수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의사 신분으로 모두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__블로그를 보니 의대 진학 전 주얼리 영업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의대 진학을 준비하면서 과학, 의학에 전혀 상관없는 일을 잠시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주얼리샵에서 기술과 과학에 관련된 클라이언트와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매출을 놓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제게 기회가 주어져서 다이아몬드 판매 영업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업이다 보니 소비자들과 대화하는 방법, 표정이나 몸짓 읽기,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빨리 알아가는 스킬이 필요했는데요. 이게 환자를 대할 때와 비슷했습니다. 의료계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의료계에서 꼭 필요한 스킬을 미리 만들어 볼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__의대 1~2 학년 시기를 ‘목숨걸고 공부’하는 시기로 설명해주셨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기였습니다. 스스로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게 느껴져서 무능력한 제 자신이 싫었고,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막상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것들이 와도 이것 또한 넘어가고 새로운 시기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쁨과 평화를 알게 된 것 같고. 걱정은 하되 괜한 감정을 낭비하면서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__한국에선 의료진들의 번아웃이 문제로 제기된 지 참 오래인데요. 의료진 근무 현장과 워라밸이 어울리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나요? 직접 보고 들으신 미국의 의료진 근무 환경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남들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면 풀타임이라고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의사는 일주일에 기본 80시간은 일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떤 과 의사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제가 여태 겪어본 경험들, 그리고 관찰한 대중의 의사분들을 보면 80시간 이상을 일하십니다. 매일같이 이렇게 일하면 번아웃이 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도 의사들의 번아웃이 높고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욕심인 것 같아요. 의사가 되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던 습관, 뭐든지 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현재 의사의 기준을 세운 것 같습니다. 조금만이라도 멀리, 인생의 큰 그림을 보면서 약간의 여유를 가지면서 일을 하면 번아웃을 방지하고 의사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__바쁘고, 과중한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운동을 해봤는데 운동을 하면 몸에 피곤이 쌓여서 공부에 집중이 안 되고 계속 졸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복잡한 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써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__미국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언제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때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의학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 습관과 자기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엄청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남들과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남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얻고,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 스스로 알아가고 만든 습관을 가지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대는 사실 어려운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를 한꺼번에 배우는 것이라 생각해요. 누구든지 시간을 잘 활용해서 끈기있게, 끝까지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__의료 종사자가 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끈기, 시간 관리,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알기
     
    __다이아몬드 소개 포스트에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추천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대생으로서 기억에 남는 의학 드라마 또는 영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 드라마 ‘명불허전’이요. 양약과 한약이 서로 경계하는 사회에서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는 한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MD(Doctor of Medicine) 말고 DO(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라는 의사 타이틀을 받습니다. 서양의 기술, 약, 시술을 사용하지만, 동양의 의학 철학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되기 때문이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명불허전’은 가볍고 웃기고 재미있는 드라마여서 모두 쉽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__의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기술과 행위를 통해 사람의 몸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몸이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는 거죠. 그리고 어떻게든 환자를 위해 지켜주고 움직여주고 노력하는 것이 의사라고 생각해요. 환자를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떤 아픔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__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어디였나요?
    첫 번째는 결혼입니다. 혼자 계획하고, 혼자 세계관을 만들고, 혼자 결정하는 일이 몸에 밴 제게 결혼 생활은 답이 없는 것이고, 누가 옳고 틀린 문제가 아니었어요. 
    결혼 상대와 함께 생각하고, 계획하고, 경험하고, 결정하는 생활로 바꾸어간다는 게 쉽게 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모든 일에 두 사람의 감정이 존재하고, 다른 환경과 경험에서 자라난 가치관과 판단력이 존재하는 겁니다. 두 사람이 아무리 비슷하다고 해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전혀 다른데…. 이들이 함께 가정을 만들어간다고 생각을 해보면 매우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멀리하기로 결정한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FOB(Fresh Off Boat)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저를 무시한 친구들. 그 친구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긴 시간을 공들여 고등학교 때부터는 겨우 친하게 지냈는데요. 친구들이 점점 호기심으로 마약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래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제가 공부하는 목표나, 졸업 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오랜 고민 끝에 저는 제 갈길을 가고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졌습니다. 그랬기에 오늘날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진 출처 = Student Dr. Hedgehog
     
    __치열하고 끈기있게 보내온 지난날에 대한 소감을 남긴다면?
    이루지 못했을 때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것들이 막상 치열하게 살아 얻고 보니 허무한 것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 허무함이 주는 여유가 좋아요.
     
    __바쁘신 중에도 블로그를 통해 보고 듣고 생각하신 것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혹시 기록하는 행위가 남다른 의미가 있나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 곁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문화에 둘러싸여 자랐잖아요. 그때 저 스스로가 상처받지 않도록, 제 자신을 보호하려는 부분들이 강해진 건지 제 마음을 보여주거나 주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 말투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변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부담 없이 제 마음을 공개하고, 표현하고, 공감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 덕분에 자라면서 받은 상처들도 치료할 수 있었고요. 꾸준히 마음을 글로 표현하면서 오늘의 제 블로그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__앞으로 걷게 될 길에서 꼭 만나고 싶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돈과 권력에 의해 마음과 생각이 바뀌지 않고, 내 주위와 필요한 곳에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는 거요. 뭐가 됐든, 누가 됐든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__한국의 그리운 것이 있다면?
    포장마차 떡볶이, 옛날 호떡, 양념치킨, 비빔냉면이요.
     
    __끝으로, 미국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 삶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미국에는 방식이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한 번 다른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한국으로 이민 와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큰 기업을 세워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를 바라보는 한국 국민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미국 사회에서 한인이 받는 시선들, 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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