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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과의 시간, 특히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 독일에 사는 도이치아재님
    이민 2020. 7. 7. 19:06

    ‘살기 좋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계신가요? 치안이 좋은 곳. 교통이 편리한 곳. 문화 시설이 즐비한 곳. 교육 수준이 높은 곳. 물가가 싼 곳…. 아마도 누구와 함께 살고, 무슨 일을 하며, 여가 시간을 어떻게 즐기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를 겁니다. 

     

    오늘 인터뷰 주인공이신 도이치아재님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살고 계십니다. 독일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은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살기 좋다는 생각이 든 건 이색적이었습니다. ‘생존 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데, 제목처럼 어렵고 낯선 적응 기간을 보내고 난 경험이 비쳐선지. 독일 이주 후 겪은 변화와 독일 생활의 장점을 읽으며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과연 내가 살기 좋은 곳인지’ 반추해보게 되었습니다. 독일 생활과 이주에 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답변을 들었습니다.

     

     

    독일로 떠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이를 낳고 나서 이민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했어요. 제 직업인 건축설계 특성상 야근이 잦아서 아이를 볼 시간이 많이 없었죠. 그래서 어떻게 내 커리어를 발전시키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찾은 나름의 해답이 독일 이민이었어요.

     


    현재 지내고 계신 슈투트가르트는 어떤 곳인가요?
    슈투트가르트는 다른 독일 지역에 비해 날씨가 좋고, 평균 소득이 높아요. 얼마 전 한 매체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는데, 슈투트가르트에 독일 백만장자들이 가장 많이 산다고 해요. 그만큼 독일 내에서도 잘 사는 도시입니다. 반면 독일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도시이기도 하고, 비싼 물가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월세도 이 도시의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학부모님으로서 독일의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 교육에 대해서는 제가 경험해보지 않아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대신 독일 유치원의 교육관은 참고할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한국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주가 되어 아이들을 이끌어나가는 반면에 독일 유치원은 아이들이 주가 됩니다. 뛰어놀고 싶은 아이들은 뛰어놀고, 그림 그리고 싶은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거죠. 이렇게 아이들은 자유롭게 유치원 전체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아이들이 뭔가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독일의 유치원에서 반은 크게 0세~3세, 그리고 3세~6세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요. 3세 아이는 6살 형아들을 쫓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고, 6살 형아들은 3세 아이를 데리고 놀기도 하는 시스템인 거죠. 요즘은 아이 한 명만 낳는 가정이 많다 보니, 외동인 아이들도 집에서는 배우기 힘든 ‘협력’ 활동을 자연스레 접하는 것 같아요.

     


    부모와 직장인으로서 독일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고 제도를 경험하실 것 같습니다. 독일 이민에는 어떤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부모로서 만족하는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거예요. 공부에 재능이 없어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 가혹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는 점, 사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공부를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등 많은 부분에서 만족스럽습니다.

    직장인으로서 메리트는 내 자신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진리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답은 하나가 아니라,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배우면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건축업에 종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건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중, 고등학교 때 한창 MBC에서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과 러브하우스가 큰 인기가 있었어요. 우연히 제일 친한 친구네 옆 집이 러브하우스에 선택됐어요. 덕분에 그 집이 변해가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았죠. 또 기적의 도서관이 저희 집 바로 앞에 지어지면서 그 모습을 등하교 길에 매일 봤었어요. 그래서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냥 자연스럽게 ‘난 건축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한국에서도 직장 생활을 하셨었는데요. 한국과 독일의 직장 사이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공통점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 거의 모든 게 다릅니다. 그래도 공통되는 특징이 있다면, 좀 성격이 이상한 상사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차이점은 유연한 근무시간, 눈치 보지 않는 문화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8시까지 출근해서 1초라도 늦으면 “지각”이라는 기록이 남았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어요. 저희 회사 같은 경우, 업무 집중시간인 10시~3시 동안에만 자리에서 일을 하면 돼요. 늦게 출근하든, 빨리 출근하든 주 40시간만 채우면 눈치 볼 일이 없어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업무환경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건축가의 입장에서 독일은 어떤 국가이자 브랜드인지 궁금합니다. 좋아하시는 건축물이 있다면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는 건 조금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아직은 독일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고, 공부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어서요. 한 10년 후 즈음에는 건축가로서 바라보는 독일이 어떤 모습인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을 좋아하곤 했었는데, 30대 중반이 되니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건축을 직업으로 삼다 보니, 건축물 자체에 대한 감흥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주변에 정을 붙이고 있는 건물들이 좋아 보여요. 예술적 가치가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쓰일 수 있다는 게 더 건물로서 가치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가족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주거건물-보눙Wohnung-을 제일 좋아합니다. 저희가 사는 집은 지어진지 100년이 넘었고, 2차 대전 때도 포격의 피해 없이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예요. 지금은 문화재 보존 건물로 지정이 되어있어요. 이 건물이 견뎌온 험난한 시간 속에 제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건축물의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직장 생활 관련해 “꼰대”나 “‘넵'병” 같은 신조어나 유행이 있는데, 독일 직장에서도 이런 신조어나 문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특정 인물을 부정적으로 부르는 단어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Jain”(Ja+Nein)이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면 “네니요”(네+아니요)라는 뜻이거든요. 주로 무리한 업무 등을 할당받았을 때 쓰는데요.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고, 또 나의 이미지도 지키면서 변명(?)을 할 때 주로 하는 말이에요. 예를 들면,

    “이 보고서 내일모레까지 마무리할 수 있어?”
    “Jain(네니요), 글쎄요… 아마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쓰는데요. 딱 잘라서 “안돼”(Nein)라고 말하면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일단 “Jain”(네니요)라고 말하고 다른 이유나 주장을 피력할 때 사용합니다.

     


    케이팝이나 케이푸드의 인지도나 인기를 체감하시나요?

    네. 당연하죠. 한 번은 아이스크림 가게 종업원이 BTS 팬이라며, 아이의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많이 퍼준 적이 있어요. 또 도서관 앞에서 K-POP을 틀고 춤을 추는 독일 청소년들도 봤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외국 친구들도 있어요. 한국인으로서 아주 자랑스러워요.

     

    독일 생활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족과의 시간, 특히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덕분에 저는 요즘 아이와의 관계가 부쩍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져요. 이 부분이 이민을 오고 나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또,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그만뒀던 검도도 다시 시작했어요.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블로그 제목이 ‘독일 생존 일기'입니다. 도이치아재님께서 생각하시는 최강의 독일 생존 비법 3개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째는 무조건 독일어입니다. 둘째는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셋째는 계획입니다.

     

    첫째, 독일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그 나라에 살려면 서툴더라도 그 나라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언어 속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사회적 약속, 규칙, 법 등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단연 언어가 첫 번째 아닐까요?

    둘째,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민을 오면 모든 게 다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자신이 흔들리면, 결국 모든 게 흔들리게 됩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고 묵묵히 헤쳐 나간다면 독일에서의 생존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셋째, 비자에 대한 공부와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최소한 자신이 독일에서 받아야 하는 비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비자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해외 이직에 성공하여 독일에 오지 않는 이상, 우리가 받아야 하는 여러 비자에는 기한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발급받은 비자 기한 내에 어학성적, 대학교 합격, 고용계약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계획이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주 초반 치밀한 계획을 세워 준비해나간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정착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그렇게 하지 않은 많은 분들은 많은 상처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셨거나, 여전히 독일에서 고생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다 잘 됐으면 좋겠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향후 독일에서 이루고 싶으신 것은 무엇인가요?

    언젠가는 제가 운영하는 건축사 사무소를 열어서 저희 가족이 살 집을 짓는 게 지금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공통질문



    인종차별 경험이 있으신가요? 가장 이상적인 대응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쭙습니다.
    저는 다행히 인종차별 경험은 없어요.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얼마 전, 베를린 한인 유학생 부부의 대처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분들은 본인들이 당한 인종차별을 한국영사관, 현지 언론사 및 SNS 등에 적극적으로 알렸어요. 덕분에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독일 사회에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 같아요.

     


    현지 물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생활물가는 저렴한 편입니다. 계란이 10개에 1,500원, 우유가 한 통에 1,000원 정도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되실 거예요. 돼지고기, 소고기도 한국보다 싸서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어요. 대신 사람을 불러서 해야 하는 일 등은 체감상 한국보다 1.5~2배는 비싸요.

     


    가장 생각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당장이라도 살아있는 생선을 썰어 초장에 찍어먹고 싶네요.

     


    Nak Nak 회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어보니, 건강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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