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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들 때 그린 만화... 공감은 제게 위로였어요” - 일러스트레이터 다로리 님 인터뷰
    이민 2020. 5. 7. 22:57

    Nak Nak 세 번째 인터뷰, 일본에 살고 계신 다로리 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로리 님은 일본에 거주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려주고 계십니다. 그렇게 모인 에피소드들은 올해 책으로 완성되기도 하였는데요. 때로는 부드러운 그림체가 전해주는 진지한 이야기가 마음을 크게 울립니다. 다로리 님에게 일본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본 인터뷰는 2회에 나누어 게시됩니다.

     

    ◆◆◆

     

    안녕하세요, 인터뷰 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는 작가 '다로리'라고 합니다. 교환 유학으로 일본 교토에서 생활하다가 석사과정으로 다시 교토를 찾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을 한 뒤 오사카, 현재는 도쿄에서 지내고 있어요. 동화 같은 따스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인스타에서 '개밥에 밥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교토, 오사카를 거쳐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십니다. 도쿄 생활은 어떠신가요? 이전에 계셨던 도시와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생활이 많이 달라지는 건 없지만, 제가 워낙 길치라서 늘 길을 헤매면서 다니고 있어요. (ㅎㅎ) 오사카에서도 우메다를 외우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드디어 외웠다 싶었더니 도쿄 생활이 시작되었네요. 교토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경주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생활 곳곳에서 전통적인 요소를 많이 볼 수 있고, 오사카는 활기찬 도시였어요. 교토는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워서 힘든 도시였어요. 분지라서 기온이 굉장히 높고 습도 또한 정말 높아서 숨을 쉬기가 힘든 적도 많았답니다.

     

     

     

    대학 시절 교수님께 추천을 받아 교환학생으로 일본 생활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환학생 준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으셨는데, 짧은 기간 안에 일본어를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사실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 언어 공부를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를 외우고 '나는 밥을 먹는다' 이 정도의 수준으로 일본에 오게 되었어요. 2-3개월 준비하고 오게 되었는데 심지어 교토와 오사카가 있는 곳은 ‘간사이벵’이라고 간사이 사투리를 쓰거든요. 저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와서 책에서 보던 내용과 달라 정말 멘붕 그 자체였어요. 

     

    하지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정말 강했던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옹알이 수준으로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일본인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았어요 (ㅎㅎ) 그래서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늘 전자사전과 함께했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본 후 외우고 또 외웠어요. 어순이 같아서 노력만 하면 금방 느는 언어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언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는 발음에 대해 신경을 썼습니다.

     

     

    학부 생활을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경험하셨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이 어떻게 비슷하고 다르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학부를 모두 경험한 건 아니라서 완전한 비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교환학생으로 1년 정도만 있었던 거라서요. 하지만 1년 동안 차이점은 굉장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저희 전공이 2학년이 가장 힘들 때라 (두 가지 전공으로 나뉘기 전이라 모든 분야를 다뤘어야 했어요) 그 힘든 걸 겪고 교토공예섬유대학에 와 보니.. '자유롭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교수의 취향에 맞춰서 과제를 내는 것보다도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많았고, 교수가 지식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보다도 스스로 공부하게끔 하는 역할에서 끝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스스로 얼마큼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그런 커리큘럼이었어요.

     

     

    이후 석사와 박사 과정을 일본 대학원에서 지내셨습니다. 대학원 준비 과정은 교환학생과 크게 달랐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대학원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원 준비는 한국에서 4학년 졸업과제를 병행하며 토익과 일본어 능력 시험을 준비해야 했기에 여름까지가 가장 바쁘고 힘들게 보냈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토익시험 성적은 안 나오고… 졸업 전시만을 위해 나머지를 등한시하며 준비하는 건 싫었기에 우선순위로 졸업 전시작품을 정말 빨리 끝냈어요. 남들은 여름부터 시작하는 걸 여름에는 완전히 끝내고 나머지 시간을 언어 공부로 돌렸어요. 포트폴리오의 경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준비했어요.

     

     
     
     
     
     
     
     
     
     
     
     
     
     
     
     
     

    개밥에밥토리(@baptory)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6월 17 4:43오전 PDT

     

    대학원 이후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석사과정에서는 한국의 전통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을 테마로 다양한 작업을 했어요. 졸업작품에서는 상을 받기도 했고, 같은 테마로 준비한 거로 서울시 관광기념품에서도 상을 수여받았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한국의 디자인을 테마로 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현재는 논문 작업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일제강점기라는 단어는 사용되지도 않고, 첨삭 관련해서 많은 일이 있었기에… 지금은 한국에서 외주 일을 받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재해주시는 ‘개밥에 밥토리'는 일본에서 생활하며 느끼신 것들을 솔직하게 그려주신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제목이 재미있게 들리는데,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개밥에 밥토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개밥에 도토리'에서 따온 말입니다. 개밥에 도토리라는 뜻은 모두 아시다시피 어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떨어져 무척 외롭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속담이 일본에서 거주하는 저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생각했고, 한 글자를 바꿔 밥토리가 탄생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밥을 먹는데 ‘일본산 쌀알 중, 한국산 쌀알 하나가 섞여도 다들 모를 텐데..’란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리하여 밥알로 만든 밥토리와 밥포리가 탄생하였답니다.

     

     
     
     
     
     
     
     
     
     
     
     
     
     
     
     
     

    개밥에밥토리(@baptory)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9 6월 15 8:04오전 PDT

     

     

    올해 4월에는 ‘개밥에 밥토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셨나요?

     

    사진 출처=Yes24

    사실 너무 힘이 들 때 개밥에 밥토리를 그리기 시작한 거라 책으로 출간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제가 겪은 일을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기면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고 힘도 얻었네요. 저의 이야기를 책의 형태로 낸다는 건 정말 너무 기쁜 일이었어요. 책이 출간되고서 인터넷 서점을 구경하며 기뻐하기도 했었네요. 팬분들이나 지인들이 서점에서 발견했다고 사진을 보내주시거나, 읽고 같이 화내주시는 모습에 늘 감동하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인데, 이런 책을 자주 접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결단을 내려주신 출판사 여러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

    다음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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