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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같아선 묵인되는 일들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 일러스트레이터 다로리 님 인터뷰
    이민 2020. 5. 7. 23:05
    Nak Nak 세 번째 인터뷰, 일본에 살고 계신 다로리 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로리 님은 일본에 거주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려주고 계십니다. 그렇게 모인 에피소드들은 올해 책으로 완성되기도 하였는데요. 때로는 부드러운 그림체가 전해주는 진지한 이야기가 마음을 크게 울립니다. 다로리 님에게 일본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회에 이어집니다.

    ◆◆◆

    ‘개밥에 밥토리’를 보면 진지한 주제가 자주 등장합니다. 소재를 어떻게 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진지한 이야기를 써야지~' 하고 쓰는 건 아닌데 많은 분이 진지한 이야기를 다뤄주시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표현을 해 주시더라고요.

    소재는 그냥 길을 걷다가, 잠을 자기 전에 또는 포리가 이상한 한국어를 쓸 때 메모하거나 머릿속에서 콘티를 짜 봐요. 작년은 1년 동안 매일 업로드 해보는 것을 목표로 했고 달성도 해봐서 그런지, 일이 아닌 그냥 습관 중 하나가 된 것 같아요.

    최근 게시된 불매 운동 관련 에피소드 

    한국인과 일본인의 간극은 일반적인 ‘현지인과 이방인의 차이’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지에서 보고 느끼시는 작가님의 견해는 어떠신지 듣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의 일본어 실력으로 일본을 처음 방문했다면 또 다를 것 같은데, 초반에는 그냥 다 신기했어요. 언어, 표현 모든 게 다르게 느껴지고 신선했거든요. 

    짧게 이야기하자면 일본에서는 귀화해도 이방인이에요. 일본인으로 국적을 바꿔도 일본인들의 실제 무리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요. 국적을 바꿔도 이런데, 그냥 외국인으로 살 때는 다양한 일을 겪죠. 외국인인 걸 알면 태도부터 달라지니까요. 일본은 여행으로 오면 참 좋은 나라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독자 대상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시는데요.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만 명이 되기 전에는 천 명 단위로 넘어갈 때마다 이벤트를 했어요. 그게 거의 한 달마다였는데, 그림을 그려드리기도 했고 티켓을 드리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다양한 걸 많이 했네요. ㅎㅎ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밥토리의 신문고였어요. 기쁜 일이 아닌 힘들었던 일을 사이다로 그려드리고 싶었는데 막상 댓글들을 보니 너무 다들 힘든 기억을 가지고 지내시는 게 마음 아파 댓글 읽으며 훌쩍거렸네요. ㅎㅎ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모두가 친절하지는 않으니까요.

    독자들에게 열 받은 일, 속상한 일을 제보받았던 ‘밥토리의 신문고' 이벤트.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을 것 같다는 작가님의 예상과는 달리 수많은 사연이 줄을 이었다.

    ‘한국 음식 중 이건 정말 그립다’ ‘한국의 이건 정말 생각난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가족이랑 먹는 밥상이 가장 그리운 것 같아요. ㅎㅎ 도쿄는 한국분들도 많이 거주하고 계셔서 웬만한 음식은 구할 수 있더라고요. 한국이라면 '야 나 우울하다, 우리 치맥?' 이러며 친구랑 만나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는 점이 가끔은 서글픈 것 같아요.


    해외 생활이 힘들 때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 같은 경우는 밥토리로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어요. 댓글에서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저를 위로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전에는 혼자 일기장을 적어가며 울었다면 요즘은 밥토리로 대신 화내고 분출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꼭 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마음 같아서는 혐한서적이 넘쳐 흐르는 이곳에서 제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다른 일본인들이 알고는 있지만 입을 다물었던 그런 일들 (혐한, 반말, 차별 등)을 일부러 끄집어내고 싶어요. 


    7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가하여 독자분들을 만나실 예정이십니다. ‘개밥에 밥토리’를 비롯한 작품 활동 관련하여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7월 개밥에 밥토리로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나가는 것 외에는 따로 일정은 확실히 잡힌 게 없지만 8월 이후라면 도쿄에서 북토크와 비슷한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도쿄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다른 이벤트를 참가해보고 싶은데, 알아보고만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1년 안에 그림으로 전시를 한번 해 보고 싶어요. ㅎㅎ 밥토리와는 다른 스타일의 그림으로 외주 일을 하고 있기에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보고 싶네요.


    끝으로, Nak Nak 회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Nak Nak 회원 여러분들. 제 인터뷰가 어찌 보면 희망보다는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이 많을 수도 있겠어요. 저는 일본을 희망과 환상만을 가지고 왔기에 환상이 깨져버렸을 때 정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너무 비관적인 태도도 좋지 않지만, 해외에서 살아가는 건 환상만으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이 이야기는 통용될 거로 생각해요. 일본을 여행으로만 접하고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혐한과 폭행을 겪은 제가 운이 나쁜 거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의 운이 나빠서 안 좋은 일을 겪은 게 아니에요. 저는 피해자인데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게 웃긴 것 같아요. 해외에서의 생활은 살아남는 것이에요. 저의 이야기로 ‘나라면 어떻게 대처를 할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라는 걸 인지하시고 해외 생활을 시작하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

    본 인터뷰는 2회에 나누어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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