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백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홍콩 입법회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홍콩 인구 1/7이 모인 셈입니다.
6월 9일 거리로 모인 103만 명의 홍콩 시민 (사진 출처=Unsplash(Joseph Chan))
입법회가 표결에 부치려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은, 홍콩이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8년 2월, 한 20대 홍콩인 남성이 함께 대만을 여행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만 당국의 연락을 받은 홍콩 당국은 그를 체포하고 범행 사실까지 자백받았으나, 정작 그를 살인범으로 처벌할 수 없었는데요. 홍콩이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대만과 인도 조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아 그를 대만으로 보낼 수도 없었는데요. 그로 인해 남성은 (홍콩 내에서 저지른) 절도 등의 혐의로 단 29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만과 홍콩 양국에서 큰 공분을 샀습니다. 이에 대만은 그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건의 공소시효를 37년 6개월의 지명수배령을 내리고, 홍콩은 범죄인 인도 조약 개정을 추진하게 됩니다.
이 사건만 보면 현 범죄인 인도 조약에 허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나, 홍콩 시민을 자극한 건 개정안에 포함된 다른 내용과 그로 인한 악용 소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정치적 탄압을 하기 위해 홍콩의 반중 인사와 인권운동가를 송환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중국 정부가 임명한 후보 중 채택되는 홍콩 행정장관의 권한으로 인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기에 더욱 우려가 큽니다.
사진 출처=Unsplash( Joseph Chan)
시민들의 저항에 홍콩 입법회는 표결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시민들은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Nak Nak 회원분들도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Nak Nak은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회원 A 씨와 짧게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외국인이 느낀 시위 현장, 그리고 시위 밖 홍콩 생활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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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1년 2개월 차 입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회계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홍콩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대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 인턴십을 지원했었습니다. 이전에 홍콩을 즐겁게 여행한 기억이 있어서 6개월 정도 살아보는 건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예상치 않게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요.
홍콩 시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요. 연일 보도되는 소식을 접하면서 드는 가장 큰 우려는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인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가끔 교통편에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문제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시위가 대체로 주말에 진행되어 일반 비즈니스도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경우 시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시위가 있는 지역은 피하고 있습니다.
시위에 대한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홍콩인과 현지에 사는 외국인들이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처지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 주변을 보면 홍콩인이든, 외국인이든 홍콩을 응원하는 마음이 큽니다. 특히 한국인 동료들은 더더욱 그렇겠지요.
한국 시민들도 정치 집회가 낯설지는 않은데요. 홍콩 시위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위에서 드러나는 홍콩 시민의 정서나 문화가 있나요?
이번 시위의 큰 특징이라고 하면 젊은 층 위주로 진행되고, 뚜렷한 주동자 없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부 친중 혹은 친정부 세력도 있긴 하지만 전 세대가 한마음 한뜻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장 앞에 서서 최루탄을 처리하는 시위대, 경찰의 진압에 대비해 헬멧과 마스크, 생수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시위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시위대를 위해 여벌의 옷을 구비해두거나, 일회용 교통 카드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합니다.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시위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사실 홍콩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한 곳입니다. 쇼핑, 음식, 역사를 탐방하기 위해 가거나, 8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에 빠져 그 촬영지를 찾기도 하고요. 또 아시아 금융 허브의 이미지도 강한데. 이번 시위와 무관하게, 그곳에 직접 사시며 느끼는 홍콩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홍콩 섬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높은 빌딩, 말 그대로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느낌이 딱 들 정도로 많은 투자은행 금융기관이 있어요. 멋진 펍이나 바도 많고요. 반대로 구룡 반도에는 옛날 홍콩의 느낌을 간직한 곳이 많고요.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도 홍콩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홍콩에 살면서 매일 보지만 매번 감탄하게 되는 건 역시 야경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재개장한 스타의 거리를 자주 가곤 하는데, 그럴 때 제일 홍콩에 산다는 실감이 나곤 합니다. 홍콩이 굉장히 호불호가 나뉘는 여행지로 알고 있는데, 사실 식당 종업원들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불친절하고, 도로도 좁고 더럽고, 사람도 많아 홍콩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살면서 홍콩인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면 은근 친절하고 따뜻한 매력이 있어요.
사진 출처= 홍콩 거주 직장인 A
현재 직장 생활 중이신데, 홍콩만의 특색있는 직장 문화가 있나요?
홍콩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한국 같은 회식 문화도 별로 없고,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습니다. 회사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고, 한국과 비교하면 이직률도 굉장히 높습니다.
사진 출처= 홍콩 거주 직장인 A
홍콩에서 거주하는 것이 A 님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아무래도 홍콩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이고, 거주하는 외국인 비율도 높다 보니 다양한 문화를 많이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며 인내심을 많이 키웠다고 해야겠네요. 또 한국에 비해 다른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으로써도 굉장히 좋은 국가입니다. 주변에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 치안이 좋은 국가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퇴근 후 술 한 잔 즐기는 시간이 살짝 늘었네요. (이건 홍콩 때문이 아니라 회사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진 출처= 홍콩 거주 직장인 A
홍콩 유학이나 취업으로 이주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나 경제 수준이 높은 도시이지만 한국과 접근성도 좋아 유학이나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다들 많이 들어 아시겠지만 우선 홍콩의 집값,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높을 겁니다. 생활 물가도 만만치 않고요. 초기 자본은 충분히 가지고 오셔야 하고, 정해진 직장 없이 무턱대고 오시는 것은 정말 반대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이 도시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끝으로, Nak Nak 회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들 타지 생활이 힘드시겠지만 다 같이 힘내보아요. 외국에서 아프면 고생입니다. 다들 건강 잘 챙기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