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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험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요” - 루시엘 님 인터뷰
    유학 2020. 5. 8. 00:41
    Nak Nak의 열 번째 인터뷰. 지난해 브라질리아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회원 루시엘 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루시엘 님은 이메일 인터뷰 후 직접 만나 뵙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요. 사사로운 질문에도 진지하게 답변해주시는 모습,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가고 싶다는 말씀에 브라질에서의 값진 추억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 
     
    __어떤 계기로 브라질행을 결심하셨나요?
    ‘포르투갈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포르투갈어를 배우며 브라질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지구 반대편이란 나라와 원어민 교수님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워 가게 되었습니다.
     
    __어떤 도시에서, 얼마나 오래 계셨나요? 그곳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행 기간을 제외하면 브라질에는 약 다섯 달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브라질리아에 머물렀는데, 브라질리아 대학교에서 한 학기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브라질리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계획도시이자 브라질의 수도입니다. 많은 분이 상파울루를 수도로 아실 텐데 사실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입니다. 계획도시면서 수도인 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특히 브라질리아는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참여하며 아름다운 건물들을 만들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자랑스러운 도시입니다. 저는 브라질학을 전공하지만, 행정학도 전공하였기에 수도에 있는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브라질리아 (사진 출처 = 루시엘)
    __출국 준비 기간은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 학교 등록 신청서와 비자만 준비하면 되었기 때문에 출국 준비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준비해야 할 학교 등록 서류와 비자 서류가 많아 정신이 없긴 했지만 브라질로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출국 준비가 끝나있었습니다. 현지인들과 대화가 곧바로 될 것이란 생각은 없었지만 일상회화 정도는 가능하겠지 하며 낙관적인 마음으로 브라질로 떠났습니다. 물론 나중에야 그랬으면 안 됐는데 후회했지만요. (어느 정도였나요?)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기 어려웠어요. 그간 한국에 계신 교수님들이 저희를 얼마나 배려해주셨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__어떤 형태로 거주하셨는지, 한 달 생활비는 대략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하숙집에서 생활했습니다. 브라질은 원룸, 하숙, 헤뿌(Republica), 기숙사 등이 있는데 주로 학생들은 헤뿌에서 많이 삽니다. 헤뿌는 브라질의 공동 주거 공간으로 쉐어하우스와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았던 하숙집은 학교 앞에 있었습니다. 친구가 먼저 살았던 덕분에 월 R$1,000, 한화로 약 30만 원에 살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수도라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센 편인데, 상파울루 주의 캄피나스(Campinas)라는 도시에 머물렀던 제 친구의 경우 월 R$350, 10만 원 정도에 살았다고 합니다.
    생활비는 제가 따로 정리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30~40만 원 정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식재료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했는데,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키면 한국이랑 비슷한 값이라 ‘정말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거리  (사진 출처 = 루시엘)

     
    __예상과 달랐던 브라질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브라질이라고 한다면 보통 삼바, 카니발, 축구가 연상되는데 저도 전공을 배우기 전까지 브라질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축구를 잘하는 국가, 세계적인 축제가 있는 국가, 못사는 국가였는데 직접 가서 본 브라질은 축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국가였고, 세계적인 축제가 생기게 된 배경이 있었고, 빈부격차는 제가 가본 국가 중 가장 심했습니다. (직접 가보니 그 이유가 보인 건가요?) 네. 특히, 상파울루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모습을 가진 곳이 있다면 과장된 표현으로 옆 동네는 노숙자들이 많고 더러운 거리였습니다.
     
    __브라질의 국제 학생 사회는 어떤가요?
    브라질리아 대학교는 국제 학생회가 작은 편입니다. 제가 머물 당시 약 200명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국적의 학생이 많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스페인권의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페루 등에서 많이 왔고, 이 외에도 유럽권(이탈리아, 독일, 체코, 러시아 등), 아프리카 등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저를 포함한 한국인 세명, 일본인 세명이 있었습니다. (축구 유학도 잘 알려져있는데요) 브라질리아는 수도라 관공서가 많이 있어서인지 축구 유학생보다는 정치학이나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편입니다.
     

    사진 출처 = 루시엘

    __한국,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하고 ‘아시아의 한 나라’ 정도로만 보는 친구들이요. 딱히 한국인이라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은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__포르투갈어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수능을 마칠 당시 무역에 관심이 있어 제2외국어를 공부할 생각이었습니다. 프랑스어와 인도어, 포르투갈어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하다가 지구 반대편이란 매력에 그냥 브라질학을 선택했습니다(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또 브라질은 한때 브릭스(BRICs)에 들어갈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이기에 전공으로 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미나스제라이스 (사진 출처 = 루시엘)

    __브라질 도착 전, 후 포르투갈어 실력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부끄럽게도 크게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회화 부분에서는 외국인이라 대화해도 전보다 두려움이 없을 정도이고, 듣기는 가기 전에 아예 안 들렸다면 지금은 대화에서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__한국과 브라질 양국 교육 방식(또는 수업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한국이 일반적으로 주입식 교육이라면 브라질은 자발적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한 주제로 각 국가에서 공부한다면, 한국은 ‘이러이러한 것이 있으니 외워라’라면 브라질은 ‘이런 게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로 시작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고 끝나는 형태입니다. 즉, 학생들의 발표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식의 수업이 가능한 건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렇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만 해도 일방적인 수업이라 발표나 의견 말하기가 많이 어려웠거든요. 물론 지금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수업이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 알고 있으니까요.
     
    사진 출처 = 루시엘
    __브라질 치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각보다 순위가 낮아 놀랐습니다. 선배들도 친구들도 모두가 브라질은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그런 경험이 없어서인지, 저는 생각보다 안전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총 소유가 불법이지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마피아 등도 존재하며 종종 뉴스에서 브라질의 무서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합니다만, 밤에 돌아다니거나 위험한 곳만 찾아가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관광객이다’, ‘나는 여기가 처음이에요’와 같은 행동은 어느 나라를 가든 범죄자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여기가 처음이지만 무서울 게 없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상파울루에 있을 때는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가기도 했는데, 속으로는 무서워하면서도 현지인인 척 지나갔습니다. 그게 브라질에서 안전하게 생활했던 팁이 아닐까 싶습니다.
     
    __브라질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하늘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저희 유학생들끼리는 ‘하늘 맛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브라질의 하늘은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잠깐 보이는 하늘을 브라질에서는 1년 내내 볼 수 있습니다. 높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을 보면 우울했던 감정마저 사라질 정도로 제게는 큰 위안이 되었던 생각지 못한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사진 출처 = 루시엘
     
    위에서부터 렌소이스 사막(1,2)
    브라질에서 본 이구아수 폭포(3). 아르헨티나에서 본 이구아수 폭포(4).
    브라질에서 본 폭포 광경이 아름다웠다면, 아르헨티나에서 본 ‘악마의 목구멍'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__지난 유학이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편견 없이 보려는 중입니다. 브라질은 다민족, 다인종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문화에 정답이 없듯이 이 사람은 맞고 저 사람은 틀렸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다녀오며 제가 보수적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__한국이 그리웠던 순간이 있다면?
    이상하게 해외에 나가면 라면이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찾지도 않았던 라면인데. 외국 음식이 짜고 느끼해서 그런지 한국 음식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특히 브라질인들이 끼니마다 먹는 페이자옹(Feijão)이 쉽게 질려서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매번 샐러드, 고기 요리, 페이자옹. 크게 세 종류로만 먹으려니 다양한 한국 음식이 더 그리웠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집밥이 가장 그리웠던 것은 말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__끝으로, Nak Nak 회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경험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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