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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어요" - 베를린에 사는 Harry 님 인터뷰
    유학 2020. 5. 7. 23:57
    Nak Nak의 일곱 번째 인터뷰.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있는 Harry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Nak Nak을 알게 되었다는 Harry 님은 서로 다른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분들이 올려주는 일상글들에 공감과 재미를 느꼈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그에 그치지 않고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자 Nak Nak 인터뷰를 먼저 찾아주셨습니다.
     
    ◆◆◆
     
    —안녕하세요. 먼저, 베를린으로 가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꿈을 접고 지내던 중에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듣게 되었고, 여러 가지 메리트를 느끼면서 오게 되었습니다.
     
    —베를린 이전에 다른 나라에서 지낸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베를린에 오기 전까지 평생 한국에서만 살았습니다. 베를린이 첫 해외 거주인 동시에 첫 자취가 되었네요.
     

    사진 출처 = Harry

    —현재 혼자 생활하고 계신가요?
    네, 하지만 베를린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사이에 알바도 여러 군데에서 했고, 장기로 일도 하고, 새로운 직장동료 겸 친구들을 사귀고. 학원을 통해서도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났어요.
     
    —3년 동안 살아본 베를린은 어떤 도시인가요?
    독자적이고, 예술적이고, 더러운 곳입니다. 유럽에 대한 환상이나 상상들과 현실에 대한 것들은 이미 한국에서 많이 듣고 봤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빈틈없이 채워진 그래피티를 볼 때마다 정신없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개인 예술 활동에 대해 개방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예술가들이 넘쳐납니다. 사진가, DJ, 무용수, 디자이너 등등 다방면의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아직 베를린 말고 다른 독일의 도시들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독일인, 비독일인 모두 한 입으로 말합니다.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야.'
     
    사진 출처 = Harry
    —현지에서 한국인 또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불쾌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드물지만 없는 일은 아닙니다, 일 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독일은 인종차별에 굉장히 예민하고, 강력하게 법적으로 금지되어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차별을 당하는 일이 있긴 있습니다.
     
    —사전 인터뷰에서 베를린에 살면서 얻게 된 것으로 ‘엄청난 독서량’과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베를린에는 한인이 아주 많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간간이 한국어를 들을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초반 1년간 어학원과 집을 왕복하던 저에게는 한국인 만나는 일이 없었고, 한식과 한국어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향수병이 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독일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해도 풀리지 않는 갈증은 쌓여가기만 했는데… 마침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던 차라 한국어책을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는 시간만 나면 책을 읽었어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다 보니 매달 10만 원씩 결제해서 책을 읽어대고 있더라고요. 
     
    다양한 지식은 삶을 위해 배우기 시작한 잡학지식들입니다. 첫 해외 체류와 첫 자취는 홀로서기를 한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일들이 넘쳐났습니다. 문제는 이메일이 아니라 아직도 편지를 사용하고, PDF가 아니라 종이 서류를 사용하는 독일에서는 편지 읽기, 서류 해석하기, 법적인 조항 확인하기, 계약서 읽고 보관하기 등등 모든 것들이 독일어로 되어있다는 거죠. 그래서 독일어+서류에 관련된 잡지식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한국과 달라서 새로 배운 것들도 있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방 벽을 페인트칠하기, 분리수거 하는 법, 중고로 물건을 사고팔기, 겨울철 습도 조절하는 법, 고장 난 것들을 고치는 법, 사기 안 당하고 집 구하는 법 등등이요.
     

    사진 출처 = Harry

    —베를린 도착 전, 후 독일어 실력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처음 목표가 대학 지원이었기에 도착한 후 바로 학원에 다녔고, 중간에 학원을 다니지 않던 기간 사이에도 과외나 독학을 통해 공부해왔습니다. 이제는 짧은 소설을 읽거나 편지, 신문을 읽는 데에 큰 무리가 없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듣기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독일어 공부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독일어와 함께 영어 공부도 병행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학원과 과외를 통해 공부했습니다. 독학하기도 했고, 라디오를 듣거나 넷플릭스를 통해 독일어 자막, 독일어 더빙으로 드라마를 보기도 했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단어를 외우고 쓰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독일어보다 더 많이 늘었습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독일어를 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합니다. 독일인들도 영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국가의 친구들을 사귀면서 공용어를 영어로 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듣고 말하면서 향상되었고,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기 힘든 경우는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강제적으로 단어를 외우고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 Harry

    —독일에서 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의학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은 중학 시절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성적이 되지 못했고 차선책으로 임상병리학을 전공하고 면허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임상병리사가 아닌 의사로서의 삶을 더 열망하게 되면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전공 수업 중간에 2개월간 장기 실습을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당시 병원 선생님께서 대다수의 의료 기기가 독일이나 일본제품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의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도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본보다는 독일에 더 관심이 생겼고, 등록금 면제(가장 궁극적인 이유를 차지하기도 합니다)와 국제적으로 입지가 높은 독일 대학 시스템에 메리트를 느꼈습니다.
     

    사진 출처 = Harry

    —학업 외에, 대학 생활에 기대하는 점이나 특별히 계획한 일이 있으신가요?
    독일에 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이에 쫓겨,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쫓겨 ‘의사만이 길이다’가 아니라 의학 공부를 하다가도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이 보이면 방향을 얼마든지 바꿀 계획입니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나 막연하게 해보고 싶은 일이어서 목표가 되었지만, 지금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울 만큼 몰두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중입니다. '학업'을 이수하고 졸업, 취업하는 루트가 계획이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계획입니다. 
     
    —유학이 Harry 님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삶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을 변화시키는 중입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저평가하지 않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지금 당장 해야만 한다는 자세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에 대해 그리고 사회적 관계나 지위에 대한 생각이 많이 깨졌습니다. 이곳은 그 누구도 몇 살인지,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 연애 혹은 결혼을 했는지 등등의 질문을 받지 않습니다. 사생활이고, 타인이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유학 생활 중 '그래도 나 잘살고 있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오늘 행복했다. 오늘 같은 날이 또 오면 좋겠다. 오늘이 지나가는 게 아쉽다고 생각할 때요. 성과만이 내가 잘 산다는 게 아니라 행복한 하루였다고 느낄 때 잘 먹고 잘사는 구나 합니다. 
     
    —해외 생활이 힘들 때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친구들을 만납니다. 해외 생활이 힘들 때 하소연을 하고 들어주고 공감해줄 친구들이 있을 때마다 극복이 되어갑니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을 잡고 메시지 보내기, 같이 커피 마시기, 날씨가 좋으면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가고, 매운 음식을 만들어 먹고, 해가 뜨지 않는 시즌이 오면(10월부터 2월까지 일조량이 급감합니다) 비타민D와 마그네슘 챙겨 먹기 등등을 해서 극복하려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운동을 시작했는데 새로운 걸 배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지금 하는 운동, 지금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힘듦이 조금 사라집니다. 
     

    사진 출처 = Harry

    —한국이 그리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향수병이 도질 때마다 힘듭니다. 그래서 유튜브 방송을 보는데 먹방을 볼 때마다 괴로워집니다. 베를린에서 못 구하는 음식들이 있을 때마다 아쉽죠. 지금도 곱창, 대창, 회, 육회, 국밥이 그립습니다.
     
    —유학하는 동안, 혹은 독일에 있는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은 학교에 입학하기, 그리고 학업을 시작하기. 아직도 독일어라는 벽을 넘지 못해 정확하게는 유학준비생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 있는 동안 유럽 여행을 질리도록 하는 것과 이집트로 여행을 가보고 싶습니다. 독일과 아프리카 대륙은 가까우니까요! 
     
    사진 출처 = Harry
    —끝으로, Nak Nak 회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의 글과 소식을 보면서 공감하면서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 사람들도 해외에서 고생하는구나’ 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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