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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에서 오는 고민과 배움이 좋아요" - 프랑스 유학생 Mion님
    유학 2020. 6. 11. 19:48

    프랑스의 수도이자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유학 중이신 Mion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Mion님께서는 블로그를 통해 파리 일상과 프랑스 유학팁을 전해주고 계십니다. 잔잔한 목소리로 기록해주신 글들을 읽고 '긍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적 있는데요. 유학 준비 시기나 도중에 만날 수 있는 앞이 깜깜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신 일기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고 있을 때, 잠시나마 편안함을 되찾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Mion님과의 대화를 전해드립니다.

     

     

    공중보건을 전공으로 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17살 때 어머니께서 암에 걸리셨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나으셨어요!) 처음에는 충격만 받았다가 갑자기 ‘의료 기술이 매우 발달한 나라에서도 이렇게 충격을 받았는데, 만약 내가 보건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의과학을 전공해 개발도상국에서 우세한 질병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에 진학했는데…. 전공이 제가 기대한 것과는 너무 달랐고 심지어 실험도 제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공중보건학 수업을 듣고 공중보건이 여러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분야라는 점에 끌려 이렇게 전공까지 하고 있어요. 

     

     

    유학지를 프랑스 파리로 정하신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결론적으로는 저는 유학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학교를 선택한 거였어요. 제가 검색을 못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주간으로 입학 가능한 국내의 보건 대학원은 5군데 정도밖에 없어서 유학을 고려한 거였거든요. 그렇게 찾아본 보건 유학 관련 글을 올리신 한 분이 지금 다니고 있는 EHESP(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anté Publique, 국립 공중 보건 대학원)의 선배님이셔서 이 학교를 선택했어요. 저는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어서 이 대학원을 선택한 건데, 더 많은 분들이 정보를 제공해주셔서 다른 분들께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왼쪽부터) 학교 건물, 학교 카페테리아, 학교 4층에서 찍은 전경  

     

    유학 준비 과정 가장 어려웠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어려웠던 건 모든 절차요. 정말 과정 하나하나에 검색과 검색을 반복하며 준비했어요. 그리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입학 못할 뻔했던 거요. 저는 분명 학교 등록 확정 메일을 기간 내에 보냈는데 나중에 비자 레터와 관련해 문의를 했더니 제 등록 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 등록 기간이 지났는데 말이죠…. 그래도 담당자분께서 빠르게 처리해주셔서 입학은 무사히 할 수 있었어요. 또, 기숙사를 배정받는 도중에 바캉스 기간이 시작됐는데 때문에 기숙사 입사가 확정된 건지부터 입사 날짜는 언제부터인지, 위치는 어디인지 답을 받을 수 없어서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요! 

     

     

    이동 금지령이풀렸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습니다. 실제로  불편함은 어느 정도 였나요?

    통행 제한은 그 직전이 제일 무서웠어요. 살면서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사태를 해외에서 혼자 직면해야 했고, 심지어 저는 프랑스어도 서툰 일개 유학생일 뿐이니까요. 사재기와 가짜 뉴스들 때문에 더 초조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빨리 진정되어서 저는 타고난 집순이인 저는 인강도 듣고 베이킹 같은 새로운 일에도 도전해보면서 꽤 평탄하게 지냈어요. 통행증은 처음에는 손으로 작성해야 해서 번거로웠는데 기숙사 측에서 출력해서 비치해두신 덕분에 불편함은 덜 수 있었고요. 사실 외출 제한 기간 동안 통행증 발급이나 외출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누군가가 모욕을 가하거나 통행증 검사를 불합리하게 하지는 않을지, 누군가가 사기를 치지 않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어요. 다행히도 저는 한 번도 안 당했지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분들의 소식도 종종 들었고요. 실제로 유학생들 대상으로 허위 검사 및 벌금 부과 사기가 있었어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포스터예요."
    "장 보러 가면 이렇게 20~30분씩 기다리는 날이 대부분이었어요."
    동네에서 처음 검문을 본 날
    사재기 기간의 파스터 코너

     

    파리 시민들의 8 손뼉 치기가 화제였는데, 실제로는 어떤 광경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참여했나요?

    많은 파리의 시민들이 다들 박수도 열심히 치셨고, 종종 악기 연주를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다만 저는 의료진과 일반인의 갭에 대해 꽤 회의적이었어요. 동네에서는 길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놀고, 마스크도 안 끼고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등 기본 수칙도 안 지키면서 돌아다니는 분들을 자주 봤는데, 동시에 제가 그 사태에 대한 스트레스를 꽤 받고 있었고 친구가 간호사인 남편과 두 달 동안 생이별을 하면서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물론 국가 지시를 잘 따른 분들이 더 많았겠지만 수칙은 안 지키면서 저녁 8시만 되면 박수는 치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보건학도이시기에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사뭇 다른 시선으로 보셨을  같습니다. 전공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관심사에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원래 전염병과 관련된 역학(infectious disease epidemiology)에 가장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만약 제가 전문가였으면 대구로 자발적으로 파견을 가신 의료진 분들처럼 바로 현장에 뛰어들 수 있었을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고요. 또, 저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병 방역이 주 관심 분야였는데 이번 사태를 보고 같은 기숙사에 사는 동기들과 토론도 해보면서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피부색과 성별,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등의 사회적 요인들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어요. 숫자 그 자체보다는 데이터로 어떻게 사회를 봐야 하는지, 또 제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이 사회에 어떻게 적용될지 하는 걸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요. 점점 관심사가 넓어지고 있는 덕분에 배워야 할 게 많아져서 앞으로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직접 그리신 그림을 블로그에서 종종 봤습니다.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셨나요? 작품 활동을 하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고1 때까지 꿈이 일러스트레이터였어요. 계기도 있었고 제 성격상 남이 그려달라고 하는 그림만 그리면서 살기는 힘들 거 같아서 접었지만, 아직도 소중한 취미로 남아있어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생존 신고를 하려고 인스타그램에 일기 겸 간단한 그림을 그려서 올리고는 있는데, 따로 작품 활동에 대한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 전공이나 유학생활 관련 만화를 그릴 수도요?

      

     

    프랑스에서 영어로 소통하기 어렵다는 일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정말 그런가요?

    저는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어요. 프랑스인 분들이 영어로 기본적인 소통은 하시는 경우가 많고, 제가 먼저 최대한 불어로 말하려고 노력하다가 막히는 게 보이면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하세요. 다만 영어부터 하면 관광지가 아닌 이상 반응이 좀 차가우니 "bonjour"('봉주르' 보다는 '봉쥬' 정도가 더 정확한 발음이에요 :D)라도 시도하시면 훨씬 도움을 많이 받으실 거예요.

     

     

    프랑스를 이렇게 설명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헝데부 나라, ‘싸데펑' 나라. 둘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프랑스의 행정은 헝데부(RDV, 예약)를 잡은 다음에 진행해야 하고, 모든 일은 싸데펑(ça depend, depends on/케바케)이라고들 해요. 저는 운 좋게도 아직까지 헝데부 잡을 일이 없었는데 (사실 체류증 때문에 해야 하는데 지금 멈춰있어요….) 지금까지 본 싸데펑은 은행 문제가 최고인 것 같아요. 저랑 한국인 언니들까지 총 세 명이 같은 은행 같은 지점에서 같은 날에 계좌를 만들었는데 세 명이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은행 카드를 받았고, 심지어 한 명은 계좌가 다른 지점에서 발급돼서 고생도 엄청 했어요. 같은 서류를 가지고 같은 날에 같은 일을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바로 프랑스의 싸데펑이랍니다.

     

     

    파리 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시야가 넓어진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프랑스인 친구랑 얘기해보면 한국과 프랑스를 반반 섞어놓으면 딱 좋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는 많은 분야에서 한국과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나라에서 생활을 하면서 옳음은 무엇인지, 제 삶의 태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일상에서 고민해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딱히 겪어본 적 없는 여러 차별에 직면하면서 인권과 평등이라는 문제에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도요. 또, 제가 다니는 학교의 파리 캠퍼스는 MPH(Master of Public Health) 과정만 있는, 일종의 글로벌 캠퍼스인데 덕분에 20여 개 나라에서 온 동기들과 복작거리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일상생활에서는 식료품이 싸고 버터가 맛있는 거,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 다양한 게 좋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굽는지 궁금할 정도로 빵이 맛있다는 점도 행복해요.

     

     

    Mion님에게 프랑스란?

    고마운 나라로 할래요. 별 이상한 사람과 상황도 많이 겪어봤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한참은 남을 만큼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도 많이 얻었고, 또 제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감사한 것들도 많이 깨달았거든요. '빨리빨리'의 나라인 한국과는 정 반대인 프랑스의 행정에 적응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사실 아직도 적응 중이지만, 그걸 통해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좋아요. 멋진 기억만 남길래요!

     

     

    앞으로 프랑스에서의 계획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프랑스어와 코딩 등을 배우고 있고 9월 개강 전까지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에요. 2학년 때는 전공을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고 나머지 한 학기는 인턴십을 하면서 졸업논문을 준비해야 하는데 목표는 프랑스어 공부 열심히 해서 프랑스 내에서 프랑스어와 영어로 인턴을 하는 거예요! 그 후로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거 같아요.

     


    공통 질문


     

    인종차별 경험이 있으신가요? 가장 이상적인 대응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시안 여자’한테 별 시답잖은 작업을 걸려는 사람은 종종 있어요. 만차인 버스 안에서 팔을 잡는 사람, 길에서 “Beautiful Asian~ I love you~” 하는 사람 등등. 버스는 발 디디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팔만 뿌리쳐내고 말았고, 길에서 캣콜링을 하던 사람한테는 욕을 했는데 더 좋아해서 변태인 건가 싶었던 경험이 있어요…. 하하.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은 아직 많이 고민 중이에요.

    정말 악의를 가지고 코로나 파티니, 칭챙총이니 하는 사람들은 아직 못 만났지만, 경고 후에 동영상을 남기고 경찰서나 대사관으로 가려고 생각 중인데…. 본인이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눈을 찢는 사람들, 옐로우 피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사람들한테는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할 거니까요. 최근에는 바락바락 따지고 들어서 ‘순종적인 아시안 여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깨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그러려면 프랑스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현지 물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음식은 외식을 안 하면 한국보다 더 싸요. 리들과 까르푸 마켓 기준으로 일주일에 음식과 생필품 포함해서 15~20유로(지금은 환율이 높아서 2~3만 원 선이 되겠습니다.) 어치 장을 보면 정도면 충분하고, 좀 더 비싼 슈퍼마켓에서는 그것보다는 좀 더 나와요. 반면 한국에서는 인터넷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옷이나 학용품, 각종 생활용품 등의 공산품은 한국보다 좀 더 비싸요. 여담이지만 여기 동기들이 한국 옷을 예쁘고 싸다고 그렇게 좋아해요. 

     

    "이 정도면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조금 안 돼요."

     

    가장 생각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면 제가 웬만큼 해 먹기는 하는데 엄마가 해주는 밥이 그리워요. 제가 하면 그 맛이 안 나요. 그리고 김치 들어가는 음식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돈 주고 사 먹어 본 적도 없는 김치가 꽤 비싸고, 그렇다고 만들기엔 부재료 다 사는 게 더 비싸거든요. 그래서인지 김치찜이나 김치찌개 같은 김치를 듬뿍 넣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평소에 잘 해먹고 살아요 :D"

     

    Nak Nak 회원분들께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설인 故스티브 잡스님의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중에 connecting dots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점들을 찍어나가고 있고, 그 점들은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요. 지금의 저는 제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찍은 무수히 많은 점들이 연결되어 이루어진 하나의 면이라고 생각해요. 또 제가 지금 찍고 있는 점이 연결되면서 미래의 제가 될 거고요. Nak Nak 회원님들이 찍고 계시는 각자의 점들이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연결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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