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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는 걸 쫓아 일본에 왔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 김태랑 님 인터뷰
    유학 2020. 5. 7. 22:40

    Nak Nak 두 번째 인터뷰, 일본에 살고 계신 김태랑 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을 거쳐 다시 일본으로 와,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계신 김태랑 님에게 일본에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인터뷰 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살고 있는 김태랑입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계신데요. 거주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처음 일본에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8학년까지 고베에서 살다가 대학교 때 도쿄로 다시 왔습니다. 아버지가 재일교포이신데, 제가 한국어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셔서 한국에서 살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오게 됐어요. 

     

    사진 출처=김태랑

    대학교를 미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하셨는지, 또 학교를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대학교는 미국에서 1년 다녔어요. 수시로 붙었던 대학교에서 고등학교 하반기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입학 한 달 전 입학 취소 조치가 내려지는 바람에 못 가게 됐는데… 물론 어머니가 힘들어하셨지만, 저 스스로는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았어요. 

     

    그 당시에는 대학교에 가지 않고 1년 정도 한국에서 쉬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방학 때마다 나와서 대학을 위해서 학원만 다닌 다던지, 저를 포함한 많은 미국으로 간 유학생들이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정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목표 대학교에 붙고 나니까 누굴 위한 인생을 산 건지 회의감이 들었어요. 9월이 입학이었는데, 8월에 고등학교 대학 카운슬러가 저를 받아주겠다는 대학교 30곳 정도 제 메일로 보내주었고, 원래 지원했던 국제관계학 전공으로 그중에서 정한 Michigan State University에 입학하게 됐는데, 입학하고 진짜 해보고 싶은 게 뭔지 찾아보고 싶었고, 해보고 싶었던 미술을 복수 전공하게 됐어요. 

     

    주변 사람들은 성적만 잘 받으면 2학년 때 트랜스퍼할 수 있다고 말해줬지만 더 이상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역사 수업이 그나마 재밌다는 이유로 방대하게 전공을 정한 내 탓이었지만, 정치수업에서 Kant라든지 당시에 관심 없던 서양 정치의 세부를 배워 나아가야 하는 게 지속 불가해 보였고, 그러려면 차라리 내 족보와 관계있는 동양 역사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마침 인터넷에 찾아보다가 발견하게 된 게 와세다 국제 교양학부였고, 거기서는 일본 역사뿐만이 아니라 일본 현대 문학, 한국 문학, 등 흥미 있는 주제가 커리큘럼에 있었고, 동시에 무사시노 미술 대학교라는 학교와 자매 관계여서 드로잉, 조각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찾은 후 지원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특히, 원하는 것만을 하는 것이 저한테 좋은 거라고 믿었어요. 

     

     

    현재 일본에서 하고 있으신 일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대학교 3학년부터 집중과목으로 연구실을 한 곳 정해야 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학부생 때 현대 문학에 관심이 많아져서, 현직 번역가 교수님이 주도하는 Creative Writing(문예 창작) 연구실에 소속하게 되었어요. 일본 내에서 영어로 글을 쓰는 게 취업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법한 과목이었지만. 졸업한 뒤에도 영어로 글을 쓰는 일을 찾고 싶었고, 여행 가이드 잡지 등 면접을 봤지만, 일정한 형식 내에서 일정한 형용사를 사용하여 쓰는 글을 작성하는 게 요구된다고 면접관에게 들었고, 타협하다 보면 언젠간 그게 당연한 것처럼 될 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어요. 그래서 면접도 떨어졌고요. (웃음)

     

    그렇지만 졸업하고 월급이 필요했기 때문에 친구가 일하던 건축회사에 PRESS(비서직) 직원을 시작으로, 아트 관계 사무직, 미술관 알바, 배달 알바 등을 해가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지원했던 미술관 음성 가이드 제작회사에서 한국어, 영어 번역 검수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하던 미술관 빌딩에서 학생 때 가봤던 TOKYO ART BOOK FAIR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 스태프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그 계기로 이벤트에서 필요했던 책 설명부터 해외 게스트와의 이메일 번역 등 여러 가지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스태프가 이벤트에 온 한국 잡지사 관계자분들을 소개해주었는데, 그 인연으로 인생 첫 번역 일을 부탁받게 되었고, 그 후 현재 번역회사, 출판사, 갤러리, 아르바이트하던 미술관, 광고대행사, 그 외 지인들을 통해 통번역 일을 메인으로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다양한 번역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그 작업을 고르신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처음에 번역한 IANN 매거진 10주년 기념호 Vol.9 – Asian Bookmakers Society. 애초에 IANN 관계자분들을 소개받았을 때 글이 3개 국어 (한/일/영) 구성으로 수록되고, 현대 사진 분야의 잡지라는 이유로 정말 기뻤지만, 제대로 된 번역 일이 처음인 데다가, 글 양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TOKYO ART BOOK FAIR에서 이미 1년 전부터 프리랜서로 번역 일을 하고 있던 존이라는 친구를 소개받았고, 그 친구 덕분에 많은 측면에서 배우면서 프리랜서 번역가로서의 첫출발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IANN vol.9  (사진 출처=김태랑)

     

    프리랜서로 일하시는데, 주로 작업은 어디서 하시나요?

     

    재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했는데, 집에서 더 이상 집중이 안 될 때는 주로 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작업했던 거 같아요. 번역을 하려면 인터넷이 수시로 필요한데, 예를 들어 일본 스타벅스는 인터넷 환경이 좋다가도 안 좋아 예측할 수 없다든지, 패밀리 레스토랑같이 하루에 3시간밖에 쓰지 못하는 제한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요즘은 집에서만 합니다. 작업을 받고 있는 번역회사에서 해보려고도 했지만 일단 멀고, 집 주변 도서관들은 인터넷이 유료이기 때문에 집이 최상의 환경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일이 비정규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불안할 때가 많아요. 운이 정말 좋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좋은 페이스로 일이 들어왔었고, 최악에 경우 밤을 새워 가면서 해도 되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일을 거절해야 했던 적은 드물었어요. 하지만 잘하고 싶은 일이 같은 주나 달에 겹치면 지옥 같습니다. 회사원으로서 1년 이상 일을 해 본 적이 없지만, 때론 주 중에 매일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는 게 부럽습니다. 

     

     

    ‘일본’이라는 지리적 환경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떠한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일단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영어로 교육을 받아, 원어민 같지 않은 ‘원어민’으로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하기 때문에,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안 하면 발전하는 게 더욱 늦어진다는 점을 항상 직면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모든 오락, 뉴스, 부모님, 가족과의 대화 등을 영어로 모두 접해온 원어민과의 차이는 항상 있을 거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라온 환경 덕분에 한국어와 일본어는 공부를 안 해도 항상 편하게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출발어(source language)를 더욱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이해하기 때문에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지만, 도착어(target language)가 ‘제2외국어’인 사람들도 충분히 훌륭한 번역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려 합니다. 

     

    한국 회사와도 일을 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측면, 적어도 번역에 관해서는 일본이 보수가 좋은 거 같아요. 

     

     

    세 나라에서 지내보신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각 나라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이 질문은 살면서 새로 만나는 사람마다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한국에서 9년, 미국에서 5년, 일본에서 12년, 모두 어느 정도 살아봤지만, 저도 모두 알만한 보편적인 차이를 말할 수 있을 뿐인 거 같아요. 최근에 일본에 처음 와본 미국인이 저에게 이 질문을 했는데, 저한테는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상이기 때문에 할 말이 기억이 안 나 반대로 물어봤어요. 그때 구체적으로 4가지 정도 일본 특징을 말해 주었는데. 편의점이 정말 잘 되어있다는 점, 사람들이 왼쪽에서 걷는다는 점, 보도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는 점,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정중하게 대해준다는 점. 틀린 말은 아니에요. 확실한 건, 한국은 고향이라 그런지 공항에 내리는 순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있어요. 

     

     

    일본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 현지 맛집을 소개한다면?

     

    일단 어디든지 회전 초밥집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반대로, ‘한국 음식 중 이건 정말 그립다’ ‘한국의 이건 정말 생각난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명동교자. 

     

     

    해외 생활이 힘들 때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어딜 가도 해외 생활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딱히 없는 거 같아요.

     

    개인 작업 중 (사진 출처=김태랑)

     

    한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거나 거주할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없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비행기 타는 건 힘들지만, 일본에선 그나마 한국이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019년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는 원래 하고 싶었던 소설 번역을 해 나아가고 싶기 때문에 조금씩 도전해볼 예정입니다. 여자 친구가 에디토리얼 디자이너여서 올 초에 직접 쓴 소설 작품 하나를 Zine으로 만든 적이 있는데, 개인 작업도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끝으로, 일본에서 일을 구하고 싶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 Nak Nak 회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친구 한 명이 1년 반 정도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먼저 일본에서 직장을 구할 기회가 생기면 살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주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주변인들이 비자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면, 직장이 항상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도 고민이 많지만 프리랜서는 해 볼 만한 것 같아요. 항상 목표를 확실히 알아야 마음이 편하고, 한만큼 받는 일이기 때문에 제 성격에는 일단 잘 맞는 거 같습니다. 물론 회사원에서 프리랜서로 독립하지 않은 어떻게 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프리랜서로서 다음 달은, 그다음 달은 뭐가 있지, 라는 질문이 마음속에 항상 없게끔 소속되고 싶다는 마음은 자주 생기는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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